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겨울내내 꽁꽁 얼었던 땅을 뚫고 "나 여기 있어!"라며 가장 먼저 고개를 내미는 기특한 녀석들이 있죠. 바로 알뿌리(구근) 식물들인데요.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닮은 듯 다른 두 주인공, 크로커스와 수선화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.
1. 땅바닥에 붙어 피는 꼬마 요정, '크로커스'
여러분, 혹시 길을 걷다 땅바닥에 앙증맞은 보라색, 노란색 컵이 놓여 있는 걸 보신 적 있나요? 그게 바로 크로커스예요.
진정한 얼리버드
크로커스는 성격이 얼마나 급한지, 눈이 다 녹기도 전에 꽃을 피워요. 그래서 별명이 '봄의 전령사'죠.
세상에서 가장 비싼 몸?
사실 크로커스의 한 종류가 우리가 잘 아는 고급 향신료 '사프란'이에요. 꽃 속의 빨간 암술을 말린 건데, 1g을 얻으려면 꽃 수백 송이가 필요하대요. 우리 집 마당의 크로커스가 갑자기 달라 보이지 않나요?
신화 한 토막
그리스 신화에서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실수로 죽인 친구 '크로코스'를 기리며 피운 꽃이라고 해요. 그래서인지 작지만 아주 강인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답니다.
꽃말 : 당신을 믿는 기쁨
크로커스의 꽃말은 '믿는 기쁨', '청춘의 즐거움'이에요. 추운 겨울을 이기고 가장 먼저 올라오는 그 용기 있는 모습이 꼭 새로운 시작을 앞둔 청춘 같지 않나요? 누군가에게 "난 네 도전을 응원하고 믿어!"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 때 선물하기 딱 좋은 꽃이랍니다.
2. 물가에 비친 제 모습에 반한 '수선화'
크로커스가 귀여운 꼬마 요정 같다면, 수선화는 목을 길게 뺀 우아한 발레리나 같아요.
접시 위에 찻잔?
수선화를 자세히 보세요. 바깥쪽 꽃잎 6장 위에 노란색 작은 컵이 하나 더 얹어져 있죠? 이걸 '부관'이라고 부르는데, 꼭 예쁜 찻잔 세트처럼 생겼답니다.
지독한 자기애(Self-love)
수선화의 영어 이름은 '나르시서스'(나르키소스)예요. 거울 같은 연못에 비친 자기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연모하여 빠져 죽어서 꽃이 되었다는 그 소년 맞습니다! 그래서 꽃말도 '자기 사랑'이에요.
겨울을 이긴 승리자
수선화는 추위에 정말 강해요. 눈 속에서도 꽃을 피워 '설중화'라고도 불리니, 그 고결함은 말해 뭐해일까요!
꽃말 : 자존감의 끝판왕, 고결한 사랑
수선화는 신화 이야기처럼 '자기 사랑(자기애)', '고결', '신비'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어요. "세상에서 내가 가장 소중해"라고 외치는 듯한 당당함이 느껴지죠. 자존감이 떨어질 때 나 자신에게 선물하거나, 우아한 매력을 가진 분에게 "당신은 정말 고결한 사람이에요"라는 의미로 건네기 좋아요.
💡 여기서 잠깐! 헷갈리지 마세요!
많은 분이 이 둘을 헷갈려 하시는데, 구분법은 아주 쉬워요!
1. 키를 보세요
땅에 딱 붙어 있으면 크로커스, 목이 길면 수선화!
2. 꽃 모양을 보세요
단순한 컵 모양이면 크로커스, 컵 아래 접시가 깔려 있으면 수선화!
봄의 시작 3월, 산책길에 이 꽃들을 만나면 아는 척 한번 해주세요. "어? 너 나르키소스니?" 하고요. (물론 속으로만요!) 여러분은 작고 소중한 크로커스가 좋으신가요, 아니면 당당하고 우아한 수선화가 좋으신가요?




